5900장 사진 찍어 中 이직 시도…SK하이닉스 CIS 기술 유출 직원 징역 확정

중국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이미지센서(CIS) 공정 기술 등 영업비밀을 빼돌린 전직 직원에게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기술 유출이 기업 손해를 넘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력서 쓴다며 빼돌린 CIS 공정 기술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SK하이닉스 중국 판매법인 상해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2022년 2월, 현지 회사 입사용 이력서를 작성한다는 명목으로 CIS 기술 관련 영업비밀 자료를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영업비밀 자료 8개, 총 186장을 출력했고 170개 자료(총 5900장)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 자료에는 CIS 공정 기술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CIS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감지해 전기적 영상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 자율주행 자동차와 의료용 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SK하이닉스가 육성해 온 비메모리 분야의 대표 제품군이기도 하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된 '엄벌' 기조
1심 — 징역 1년6개월 선고
2심 — 양측 항소 모두 기각
대법원 — 상고 기각, 형 확정
1심 재판부영업비밀은 SK하이닉스가 오랜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으로, 기술 정보가 해외 경쟁업체로 유출되는 것을 가벼이 다룰 경우 기업들의 손해가 막심함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어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기술 유출은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하급심이 SK하이닉스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로 인정하지 않아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미세한 간격으로 직접 연결하는 차세대 접합 기술로, 유출 대상 기술의 법적 지위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기술이 법이 보호하는 '산업기술'과 '첨단기술'에 해당하는지가 기술 유출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된다는 의미다.
반도체 초격차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핵심 인력을 통한 기술 유출 시도는 산업계의 상수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해외 주재원이 현지 경쟁사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해외 법인의 보안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술 경쟁력이 곧 기업 가치로 직결되는 반도체 업종에서 기술 보안 리스크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Follow-up
한 발 더 들어가는 질문
1CIS(이미지센서)는 어떤 반도체인가요?
CIS(CMOS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감지해 전기적 영상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표적인 활용처이고, 자율주행 자동차의 카메라 센서와 의료용 영상 장비 등으로 쓰임새가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육성해 온 분야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과 로봇 시장이 커질수록 차량·기기당 탑재되는 카메라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CIS는 성장성이 높은 제품군으로 평가되며, 그만큼 공정 기술의 경쟁 가치와 유출 시 피해도 큰 영역입니다.
2산업기술보호법과 영업비밀보호법은 무엇이 다른가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개별 기업이 비밀로 관리하는 기술·경영 정보를 보호하는 법으로, 국외 누설은 국내 유출보다 무겁게 처벌합니다. 반면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가 고시로 지정한 산업기술과 국가핵심기술을 보호 대상으로 하며, 해외 유출 시 처벌 수위가 더 높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두 법이 함께 적용되는 경우 법원은 유출된 자료가 각 법이 정한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자료별로 따져 판단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첨단기술로 인정되지 않아 일부 무죄가 나온 것도 이런 개별 판단의 결과입니다.
3하이브리드 본딩 관련 혐의는 왜 무죄가 됐나요?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범프 없이 미세한 간격으로 직접 붙이는 차세대 접합 기술로, 반도체 적층 고도화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이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이 정한 '첨단기술'의 법적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 모두 이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기술이라도 법이 지정한 보호 대상 목록과 요건에 부합해야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기술 유출 사건에서 유출 자료의 법적 지위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기술 유출 사건은 반도체 투자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반도체 기업의 가치는 상당 부분 공정 기술 격차에서 나오기 때문에, 핵심 기술 유출은 경쟁사의 추격 시간을 단축시켜 장기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입니다. 특히 중국 반도체 업계가 인력 영입을 통한 기술 확보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처럼 사법부가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기술 보호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 유출 사건이 단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더라도, 기업의 보안 관리 체계와 핵심 인력 이탈 동향이 장기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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