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도 안 했는데 공정위 심사…한화가 KAI 지분을 서둘러 사들이는 이유

한화, KAI 지분 15.89% 확보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대상
인수합병을 한 것도 아닌데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한화그룹이 최근 두 달 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15.89%까지 끌어올리면서, 아직 정부의 민영화 결정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자격'을 갖춰두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9.90%), 한화시스템(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1.01%) 등 계열사를 통해 KAI 지분 15.89%를 확보했다. 공정거래법상 상장사 지분을 15% 넘게 취득하면 인수·경영권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애초 한화시스템은 지난달 8일 이사회에서 5,000억 원 한도로 KAI 주식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걸쳐 사들여 목표 지분율 4.73%를 채우겠다고 결의했는데, 이 계획을 불과 한 달 만에 끝내고 목표치까지 초과 달성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시간과 가격 두 가지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법정 최장 120일이고, 과거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 인수 때는 공정위가 네 차례 넘게 보완을 요구해 기간이 더 늘어난 전례가 있다. 정부가 KAI 민영화를 결정한 뒤에 심사를 시작하면 매각 절차 자체가 늦어질 수 있어, 미리 심사를 받아두면 '문제없는 인수자'라는 근거를 만들어둘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KAI 주가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분 1%포인트 가치가 약 1,800억 원에 달해, 지분을 먼저 확보해두는 쪽이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 백종민 연구원은 "과거 한화오션 인수 당시와 비슷하다"며 "이번에도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한화가 KAI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있다. KF-21 전투기는 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레이다를 한화시스템이 만들지만 기체는 KAI 담당이다. 문제는 엔진이 미국 GE의 설계를 면허받아 만드는 방식이라 수출 때마다 별도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40년까지 3조 3,500억 원을 투입해 국산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여기 참여하는데, 국산 엔진은 실제 기체에 달아 비행해봐야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엔진과 레이다를 다 만들어도 이를 실을 '몸통'인 KAI가 없으면 사업 전체가 완성되지 않는 구조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실제로 지분을 팔지는 미지수다. 수은은 공식적으로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정은 간단치 않다. 수은은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 대우조선해양 지원으로 자기자본비율(BIS)이 떨어지자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KAI 주식을 넘겨받아 자본을 채운 전례가 있어, 애초 KAI 경영 자체가 지분 취득의 목적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에서 금융 지원이 자기자본 40% 한도에 걸려 제약을 받은 데다, 정부가 법정 자본금 한도를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늘렸음에도 실제 자본 확충은 별개 문제로 남아 있다. 수은이 보유한 자산 중 현금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자산으로 KAI 지분이 거론되는 이유다.
Follow-up
한 발 더 들어가는 질문
1공정위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이 나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이 붙나?
기사에 따르면 과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現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공정위는 경쟁사 차별을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붙여 조건부 승인을 내린 전례가 있다. KAI 건에서도 유사하게, 한화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과 KAI 간 사업이 겹치는 영역에서 경쟁사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위 심사가 진행돼야 확정되며, 기사 시점에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전망일 뿐 공식 결정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정부가 KAI 민영화를 실제로 결정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기사는 정부의 KAI 민영화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는 전제 위에서, 한화가 이를 미리 대비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공식적으로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폴란드 방산 수출 2차 계약에서 자기자본 40% 한도로 인해 금융 지원에 제약이 걸렸고 법정 자본금 한도를 25조 원으로 늘렸음에도 실제 자본 확충은 별개의 문제로 남아 있다는 정황이 함께 제시된다. 이는 수은이 자본 확충 압박을 받고 있고, 보유 자산 중 KAI 지분이 현금화 가능성이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민영화 논의가 앞당겨질 유인이 있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확정된 정부 방침은 아니므로 후속 발표를 지켜봐야 한다.
3한화가 KAI 외에 오스탈 USA 인수도 동시에 추진한다는데, 두 딜은 서로 연관이 있나?
기사에서는 두 딜을 직접적인 자금 연관 관계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지분을 먼저 확보하고 때를 기다리는' 한화의 인수 전략 패턴이 두 사례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스탈의 경우 본사 지분 19.9%를 이미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 사업 부문(오스탈 USA)의 인수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고, KAI 역시 우선 지분을 15% 넘게 확보한 뒤 정부의 민영화 결정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는 한화가 방산·항공 분야에서 국내외 가리지 않고 지분 선점을 통해 협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4KF-21 국산 엔진 개발이 왜 KAI 확보와 직결되나?
현재 KF-21 전투기의 엔진은 미국 GE의 설계를 면허받아 생산하는 방식이라 수출할 때마다 미국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40년까지 3조 3,500억 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국산 엔진을 개발할 계획이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여기 참여한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엔진을 개발해도 실제 기체에 장착해 비행 실증을 거치지 않으면 성능을 인정받을 수 없고, 그 기체를 만드는 곳이 바로 KAI라는 점이다. 즉 한화가 엔진과 레이다를 모두 만들어도 이를 실을 기체 제작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구조여서, KAI 지분 확보는 단순 투자가 아니라 미래 전투기 사업 전체를 완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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