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없는 전기'까지 선점한다…핵융합 투자 6조 몰려, 한국도 첫발

존재하지 않는 전기를 미리 산다
핵융합, 1년 새 6조 투자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일본 슈퍼마켓 체인까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기를 사들이는 계약을 잇따라 맺고 있다.
핵융합 발전소에서 나올 '미래 전기'를 선점하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력이 폭증하자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 전 세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년 새 6조원 몰려, 집계 이래 최대
글로벌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최근 1년(2025년 7월~2026년 7월)간 전 세계 핵융합 기업 56곳에 유입된 민간·공공 자금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로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집계 시작 후 누적 투자액이 142억4000만달러(약 19조8000억원)인데, 이 중 30%가 1년 새 몰린 것이다. 앤드루 홀랜드 FIA CEO는 "과거엔 국립연구소와 정부가 개발을 주도했지만 이제 민간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 주자 CFS와 헬리온
투자는 대부분 선두 기업에 집중됐다. 대표 주자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2018년 세운 미국 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CFS)다. CFS는 지난달 30일 10억달러를 추가 조달해 누적 투자액이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넘었다. CFS는 도넛 모양 장치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가장 검증된 방식인 '토카막'을 쓰되, 강력한 신소재 자석으로 장치 크기를 줄여 건설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편다. MIT 출신 창업팀의 기술력과 대규모 자금력이 결합되며 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기업 가치 155억달러(약 21조원)를 인정받은 헬리온은 긴 원통 양끝에서 플라즈마를 쏘아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물을 끓이는 과정 없이 에너지를 곧바로 전기로 뽑아내는 기술을 택했다. 기존 토카막이 거대한 도넛 모양 자석 병에 플라즈마를 가두고 증기 터빈을 돌리는 것과 달리, 플라즈마 충돌 에너지를 직접 전기로 바꾸는 구조다. 헬리온은 2028년부터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상용화 시점이 가장 빠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구글은 CFS의 첫 상업 발전소에서 나올 전력의 절반을, MS는 헬리온이 생산할 전력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과 일본 슈퍼마켓 체인까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기를 선점 계약에 나선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폭증이 있다.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전력이 늘수록 '미래 전기'의 가치도 함께 커지고 있으며, 발전소 건설 전에 전력 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투자 233배 폭증
중국에선 최대 배터리 회사 CATL이 지난 6월 자국 스타트업 베타퓨전의 시드 투자를 주도한 데 이어 최근 후속 라운드까지 이끌었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IT쥐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핵융합 투자는 72억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배 늘었다. 정부 주도로 연구개발을 이끌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민간 기업이 투자에 나서며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이터나퓨전이 1호
FIA가 집계한 핵융합 기업 56곳의 국적은 미국(28곳)·일본·헝가리 등 12국으로 한국 회사는 없다. 그 첫 후보가 될 만한 회사가 서울대 연구진이 세운 이터나퓨전이다. 지난달 23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2011년부터 국내 대학 유일의 실험용 토카막 장치 '베스트(VEST)'를 직접 설계·제작해 운영했고 작년 8월에는 이 장치의 실험 성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김태경 이터나퓨전 대표는 "다른 핵융합 기업들이 플라즈마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면, 우리는 최대한 단순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플라즈마를 오래 유지하는 연속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8년 상반기까지 독자 기술의 구현 가능성을 증명하고, 203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형 모듈형 핵융합로 '코스모스(COSMOS)'를 개발 중인 이터나퓨전은 서울대 연구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1호 핵융합 스타트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투자 트렌드앤드루 홀랜드 FIA CEO는 "과거엔 국립연구소와 정부가 개발을 주도했지만 이제 민간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핵융합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민간 주도로 넘어간 핵융합 시장
장비·부품 기업도 주목
인에이블퓨전 수주
정부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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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들어가는 질문
1핵융합 투자가 최근 1년 새 급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폭증하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핵융합산업협회(FIA)에 따르면 최근 1년(2025년 7월~2026년 7월)간 전 세계 핵융합 기업 56곳에 유입된 민간·공공 자금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2000억원)로 집계 이래 최대다. 2021년 집계 시작 후 누적 투자액 142억4000만달러의 30%가 1년 새 몰린 것이다. 강한 자기장 소재 기술과 AI 정밀 제어의 발전으로 기술이 빠르게 진전된 것도 배경이다.
2핵융합 대표 기업 CFS와 헬리온은 각각 어떤 기업인가요?
CFS(커먼웰스퓨전시스템즈)는 MIT 연구진이 2018년 세운 미국 기업으로, 도넛 모양 장치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토카막' 방식을 쓰되 신소재 자석으로 장치를 줄여 비용을 낮추는 전략이다. 지난달 10억달러를 추가 조달해 누적 투자액이 40억달러를 넘었다. 헬리온은 플라즈마를 양쪽에서 쏘아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물을 끓이지 않고 전기를 직접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기업 가치 155억달러를 인정받았다. 구글은 CFS의 첫 상업 발전소 전력 절반을, MS는 헬리온 전력을 사들이기로 했다.
3한국 핵융합 스타트업의 현재 상황과 향후 전망은 어떤가요?
FIA가 집계한 핵융합 기업 56곳의 국적은 미국(28곳)·일본·헝가리 등 12국으로 한국 회사는 아직 없다. 첫 후보는 서울대 연구진이 세운 이터나퓨전으로, 지난달 23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대학 유일의 실험용 토카막 '베스트(VEST)'를 직접 설계·제작했고, 지난해 8월 실험 성과가 네이처에 실렸다. 장비·부품 분야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창업 기업 큐빔솔루션(정부 실증 장치 과제)과 인에이블퓨전(이탈리아 450억원 진공용기 수주)이 활동 중이다.
4핵융합 상용화 시점은 언제쯤으로 전망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30년대 초중반이 유력하다. 헬리온은 2028년부터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터나퓨전은 2028년 상반기까지 독자 기술 구현 가능성을 증명한 뒤 203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다만 핵융합 발전소가 실제로 전력망에 연결되기까지는 기술 실증과 규제, 건설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전에 구글·MS처럼 '미래 전기'를 선점 계약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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