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은 풀고 주담대는 조이고"…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새 문법'

5대 시중은행이 집단대출은 대폭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은 조이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가동하기 시작했다.
가계대출 총량이 이미 연간 목표를 넘어선 가운데, 당국의 새 기조에 은행권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주담대·신용대출은 조이고, 집단대출은 늘리고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접수를 11월 실행분에 한해 중단했다. 이달 들어 비대면 주담대 신규 가입 중단(7일), 마이너스통장 한도 5천만원 제한(11일), 변동금리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12일)까지 숨 가쁘게 문턱을 높여 온 연장선이다. KB국민은행은 주택구입 목적 담보대출 한도를 전 지역 3억원으로 축소해 유지 중이고, 신한은행도 신규 신용대출을 연 소득 내 1억원, 마이너스통장을 5천만원으로 낮췄다.
이런 억제 기조는 총량 초과 상태에서 비롯됐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51조 1,51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이미 1조 8,447억원을 넘어섰다.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0%로 2배 확대했지만, 추가 여력의 상당 부분을 집단대출 등 주택 공급 관련 대출에 돌릴 계획이라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 실제로 주담대 승인 규모는 하루 평균 2,880억원으로 지난달보다 11.6% 줄었고, 신용대출 잔액도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NH농협이 변동금리 주담대 취급을 재개했지만 이를 따라 하는 은행은 아직 없다.
대단지 아파트 잔금대출, 하루 만에 3배
은행들은 일반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억제하면서 집단대출 영업은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 격전지가 다음 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대단지 '디에이치 방배' 잔금대출이다. 5대 은행은 잔금대출 한도를 지난 20일 기존 1천억원에서 2천억∼4천억원으로 대폭 올렸고, 합산 한도는 하루 만에 5천억원에서 1조 5,5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불어났다. 금리 경쟁도 치열해 하나은행이 최저 연 4.566%를, 다른 은행들이 연 4.68% 수준을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한도 확대 경쟁
금리 인하 경쟁
새 총량 목표 대기
Follow-up
한 발 더 들어가는 질문
1집단대출과 개별 주담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요?
집단대출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단위로 시행사·입주자 대표와 은행이 체결하는 대출로, 분양가의 잔금 조달 등에 쓰인다.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은행의 개별 심사가 들어가는 반면, 집단대출은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주택가격 담보가 동일하게 적용되는 특성이 있다. 이번 사례처럼 은행이 총액 관리에서 개별 주담대는 조이면서도 집단대출 한도는 늘리는 것은, 실수요 주택 공급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를 은행 영업이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2하나은행의 11월 주담대 접수 중단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나는 비대면 주담대 신규 가입 중단, 변동금리 주담대 신규 취급 중단, 마이너스통장 한도 제한에 이어 이번에는 대출모집인 창구까지 닫으며 연말까지 총량 관리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 은행이다. 다만 디에이치 방배처럼 대형 단지 잔금대출엔 5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최저 금리를 제시하는 ‘선별적 확대’를 병행했다. 이는 같은 은행이면서도 개별 주담대는 억제하고 공급 관련 대출은 유치하는, 당국의 새 기조에 맞춘 전형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연말까지 대출 영업이 어떻게 이어질지 판단하는 데 유의미한 신호다.
3금융당국의 총량 목표 3% 확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국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2배 확대한 것은, 주택 공급과 실수요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여력을 확보하되 전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추가 여력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에 배정될 예정이라 실질 가계부채 관리는 여전히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총량 목표치가 1~2주 내 확정되면 은행권 대출 영업 전반이 재편될 것으로 보이며, 총량 증가율 목표와 함께 대출 수요가 집단대출로 쏠리는 현상도 향후 지켜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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