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170조 판 외국인…8개월 중 '사자'는 단 두 달뿐이었던 이유

지난해 1년 치 순매도의 36배.
외국인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걷어낸 자금이 170조 원에 육박한다.
코스피가 오르는 동안에도 8개월 중 6개월을 '팔자'로 일관한 외국인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
수급의 빈자리를 메우는 정체불명의 '기타법인'까지, 지금 코스피 수급판이 심상치 않다.
1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날 장 마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69조 6,02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 4조 6,546억 원의 36배가 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올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월간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1월(1,186억 원)과 4월(1조 1,283억 원) 단 두 차례에 그쳤다.
월별로 본 '팔자' 행진
5~6월 매도 정점, 하반기에도 진행형
- 2~3월: 각각 21조 원·35조 원 이상 순매도하며 연초 상승장에서 대규모 차익 실현
- 4월: 1조 1,283억 원 순매수로 잠시 복귀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이탈
- 5~6월: 각각 44조 7,000억 원·48조 6,000억 원 순매도로 연중 매도 정점 기록
- 7~8월: 각각 9조 9,000억 원·10조 2,000억 원 순매도로 강도는 줄었지만 4개월 연속 '팔자' 지속
매도 배경은 시기별로 달랐다는 분석이 많다. 상반기에는 코스피와 반도체 대형주의 가파른 상승으로 한국 주식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아지면서 차익 실현과 리밸런싱 목적의 매도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상한 데다 장기 국채금리와 국제 유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약했다. 반도체 중심의 증시 쏠림이 재현될 경우 외국인 매도와 함께 원화 약세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약했다
빈자리 메우는 기타법인
10거래일 연속, 하루 1조 원 넘는 매수
외국인이 빠져나간 자리는 최근 '기타법인'이 메우고 있다.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고, 최근 9거래일은 매일 1조 원 넘게 사들였다. 이날도 1조 6,657억 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외국인은 이날 4,867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과 개인도 각각 6,340억 원, 5,398억 원어치를 팔았다. 사실상 기타법인 홀로 지수를 떠받치는 구도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
구조적 과제도 지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정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산업과 지나치게 얽혀 있는 시장으로 비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은 하되 경영과 투자 판단에는 개입하지 않고 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굳어지면 수급 복원은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
Follow-up
한 발 더 들어가는 질문
1기타법인은 누구이고 왜 갑자기 매수 주체로 떠올랐나?
기타법인은 증권사·자산운용사 같은 전문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개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일반 법인(사업회사·재단·조합 등)을 묶어 부르는 수급 분류다. 본문 집계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10거래일 연속 순매수했고 최근 9거래일은 매일 1조 원 넘게 사들였다. 통상 기타법인의 대규모 매수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나 계열사 지분 확대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매수 주체와 목적이 공시 전까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기관 같은 추세적 수급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기타법인 의존 장세는 매수 여력이 소진되면 지지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어 지속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2외국인 순매도와 원·달러 환율은 어떤 관계인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면 매도 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는 과정에서 원화 매도·달러 매수 수요가 생겨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다. 반대로 원화가 약세일 것으로 예상되면 환차손 우려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 매수를 미루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본문에서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약했다고 지적했고, 반도체 중심의 쏠림이 재현되면 외국인 매도와 원화 약세 압력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봤다. 환율이 안정돼야 환헤지 부담이 줄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쉬워진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수급의 선행 지표처럼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3외국인 복귀를 확인할 수 있는 신호는 무엇인가?
본문에서 전문가들이 꼽은 우호적 환경은 물가 안정에 따른 금리 부담 완화와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 하락이다. 실전에서는 세 가지를 함께 보는 접근이 유효하다. 첫째,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주 단위·월 단위로 이어지는지다. 올해 외국인 월간 순매수는 1월과 4월 두 번뿐이었고 4월의 복귀도 한 달 만에 끝났다. 둘째, 순매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로 유입되는지다. 본문에 따르면 과거 외국인의 지수 견인은 대형 반도체주 순매수와 함께 나타났다. 셋째, 원·달러 환율이 안정 흐름을 보이는지다. 세 신호가 동시에 확인될 때 추세적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4정치와 반도체의 얽힘이 왜 외국인에게 리스크로 비칠까?
본문에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이 정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산업과 지나치게 얽혀 있는 시장으로 비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기업 실적과 산업 사이클 외에 정책 개입 가능성이라는 추가 변수를 안게 되면 그만큼 밸류에이션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스피는 시가총액에서 반도체 비중이 매우 커서, 반도체 관련 정책 불확실성이 곧 지수 전체의 불확실성으로 번지는 구조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은 하되 경영과 투자 판단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주면, 정책 리스크 할인이 축소돼 외국인 자금 복귀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본문 관계자의 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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